<일반부 시 부문 대상 수상작>
강치야, 강치야
-김석인
1
해 지면 달이 뜨고
꽃 지면 별 뜨는데
너 떠난 동해에는 파도 소리 소복하고
독도는 내 삶의 부력 밀어 올린 꽃대다
2
강치야, 내 새끼 강치야 말해 줄래, 너 있는 곳
물그림자만 비쳐도 너인 줄만 여겼는데, 너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 용모가 수려해서 한울님이 데려갔니, 몸매가 날렵해서 용왕님이 데려갔니, 아니야, 아니야 아무래도 그건 아냐. 이웃 나라 도적들이 느닷없이 나타나 화승총을 쏘아대며 그물을 던졌겠지, 비단 같은 네 살결에 눈알이 획 돌아서 이 넓은 바닷속을 샅샅이 뒤졌겠지. ……아! 네 흔적 찾으려고 기름진 배에 걸린 허리띠도 살펴보고 발에서 번쩍이는 구두까지 훑었는데
너 찾아 껌벅이는 눈 머물 곳이 없더라
3
아비는 종의 핏줄,
어미는 위안부 출신
바람을 막기에는 팔다리가 너무 짧아
바위에 납작 엎드려 해국만 피워댔지
4
강치야, 내 새끼 강치야 들어볼래, 엄마의 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모든 게 내 탓이다 꼭꼭 숨어서 잡히지 않아야 했는데, 잡히더라도 끝까지 버텼어야 했는데, 버티지 못할 거면 차라리 꽃잎처럼 지고 말 것을.
……아니다,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 잡혀가지 않았다면 우리 집 온전했을까, 무작정 버텼다면 성한 곳이 있었을까, 활짝 피지 못하고 꽃망울로 졌었다면 내 부모님 상심은 또 얼마나 컸을까.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 여기까지 끌고 왔다
5
울 없고
담이 없어
어디든 갈 수 있어도
가족으로 맺어진
네가 있고 내가 있어
다시금
퍼덕대고 싶다,
동해의 심장에서
6
강치야, 우리 강치야 파도 너머 하늘 보자
떠도는 저 구름도 돌아갈 집이 있고 손꼽아 기다리는 가족이 있을 테지, 더운밥 묻어놓은 구들장 아랫목엔 된장국 같은 얘기 보골보골 끓을 테지, 또렷한 눈빛들이 오손도손 앉은 자리 목이 긴 한숨들이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해말간 웃음소리가 등불처럼 펴 오르면
멸문의 빗장을 열고 네가 들어설지 몰라
7
파도가 지운 이야기
파도로 다시 쓴다
해조음 불러 모아 너의 자취 물어보며
독도는 동해를 펼치고
서사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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